8월의 크리스마스
서울의 한 변두리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남자 정원(한석규)에게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이 찾아온다.
정원은 어린시절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중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자신이 없으면 혼자서 살아가야할 아버지(신구)를 위해 그는 비디오사용법을 가르치고
친구들과는 마지막 추억의 사진도 찍으며 자신의 영정사진도 홀로 준비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정원의 일상이 너무 담담해서 보는이의 마음은 복잡하다.
다림은 특별할 것도 재미날 것도 없는 자신의 일과를 정원에게 풀어 놓으며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한다.
이런저런 하루의 일과를 투덜거리는 다림을 바라보는 정원의 시선은 잔잔하고 사랑스럽다.
다림에게 마음을 열고 싶지만 그에겐 너무나 짦은 시간만이 있을 뿐이다.
찬란한 여름의 햇빛과 한 줄기 쏟아지는 소나기의 추억을 갖게 된 그들을 보고
나는 박하사탕처럼 싸하고 슬픈 감정이 솟아났다.
이루지못할 사랑은 언제나 아프다...
그런데 영화는 나에게 억지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마음속은 더 복잡하고 엉망이 된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퇴색된 듯한 변두리도심의 적막과 쓸쓸함을 보여주는 과장없는 장면들....
죽음조차도 일상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조용한 대사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왔을때 정원은 병원으로 실려가고, 사실을 알지 못하는 다림은 파견근무를 떠난다.
"내 기억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추억으로 되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진한 채 떠날 수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정원은 부치지 못할 편지를 마지막으로 남긴채 생을 마감한다.
정원이 죽음을 맞는 순간에도 다림은 그 모든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파견근무를 마치고 사진관을 찾은 다림은 굳게 닫힌 사진관을 보며 정원에게 무슨일이
생긴것인지 궁금해 하며 보고싶어 한다.
다림은 기다려도 열리지 않는 사진관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기도 하며 정원을 기다린다.
어떤 겨울날 또 사진관을 찾은 다림은 유리창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본다.
정원에 대한 그녀의 기다림은 순수하고 애절하다...그리고, 그녀의 웃음은 햇빛처럼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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