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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로 살다

Melancholia(멜랑꼬리아)/우울증

by 아일랜드고영미 2011. 10. 14.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Melancholia(멜랑꼬리아)/우울증은  초반부에 약 8분가량 느린 화면이 계속되는데

여주인공 저스틴의 지루하고 퇴색한 듯한 표정이 클로즈업 되면서 시작된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저스틴이 부케를 안고 물속에 잠기는 화면은

마치 존 에버릿 밀레이의 오필리어와 일치되는 느낌이다.

흰 드레스와 진초록의 물결이 화려하지만 , 차갑고 섬뜩하다

 

                                                                                  ' 존 에버릿 밀레이의 오필리어'

 

 

그런 화면들이 처음엔 생뚱맞기도 하였는데, 영화가 끝난 후 ...

 한편으론 ‘아름답고 감동이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화면들을 그처럼 아름답도록 만들어 준 것은

바그너의 음악...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막 때문이기도 했다.

 

향후 몇 년후에는 아마도 우울증이 인간 질병의 최고 문제꺼리가 될것이다....라는 가정을 가지고

이 영화를 본다면  인물들의 심리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될런지...

 

냉소적인 어머니와 철없는 망나니 아버지, 화려한 결혼식이 상징하는 허세와 만인의 웃음뒤에 가려진 극심한 우울.

현대인들의 심중에 자라고 있는 우울의 씨앗이 재크의 콩나무처럼 커져버리면, 세상에는

논리도 타협도 없을 것이며 평화나 안락함, 행복따윈 아마도 없어질지 모른다.

불안과 우울은 우리들의 삶을 파괴하지만 삶이 끝나면 불안도 사라진다.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 영화.

뒷마당에서 열매를 따는 자매의 머리위로 내리는 흰눈,

때 아니게 쏟아지는 우박,,,계절도 참 지랄맞게 우울하고 절망스럽다

그렇지만 그  불안과 좌절감이 관객들에겐 한 편의 동화같이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있다.

행성의 충돌로 인한 세기말의 불안은 크게 실감나진 않지만 그림 같은 화면의 전개와 아름다운 음악,

두 여주인공의 우울한 연기가 일품이었기에 그 모든 지루함이 승화되었던 영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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