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나 신년초가 되면 우리는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3박4일정도의 여정이면 딱 좋았지요
지리산 종주를 하거나 한라산도 등반했고 좀 높다는 산들은 이때를 즈음하여
다 도전하였던 것 같습니다.
새로움에 도전하는 야망찬 프런티어처럼 우리는 그때 정말 그랬습니다.
어느땐 성공하기도 하고 어느땐 실패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냥 떠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였습니다
신년이면 괜시리 마음이 풋풋해져 무엇이건 새롭게 만나야 될것만 같았습니다
새 다이어리에 꼼꼼히 친구의 전화번호를 정리하고 식구들의 생일과 기념일들을
기록하였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축하문자를 띄우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난 뒤의 기분은 뭐랄까...말끔히 세수를 하고 난뒤 거울앞에 섰을때의 상쾌함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해 부턴가 저는 새해라는 기분을 느끼지 못하게되었습니다
새다이어리를 사지도 않고, 문자도 보내지 않았으며, 여행을 떠나지도 않습니다
그냥 시간에 쫓겨 세월이 오는지 가는지, 세지도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렸습니다
내가 추구하던 아름다운 삶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것 같았습니다
정말 그런걸까요 뒷주머니에 감춰두고 가끔 살며시 꺼내보는 잃어버린 추억처럼
내가 좋아하던 삶도 이젠 뒷방신세가 되어버린 걸까요.
그렇다고 우리가 불행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는 무엇을 잃어 버렸는지 알지도 못한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처럼 여전히 즐겁고 바쁘며 나름대로 행복한 것이겠지요
생각컨대
제가 잃어버린 것이 어디 새다이어리와 문자와 행복한 삶 뿐이겠습니까
모든 것은 도망치듯 쫓기듯 변하고 떠납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여전히 기쁘며 때로는 환희에 찹니다
그리곤 이렇게 되뇌이지요
"그래....그 때가 정말 좋았어......"
그렇지만
지금 현재, 바로 지금이 그 때 인것을....
오랜 세월이 지난후 우리는 또 새삼 깨닫게 되겠지요
지금은
2006년 1월 5일 오후입니다
새해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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